향기작가 한서형 초대기획전
Aroma artist Han Seohyoung
28 MARCH – 30 APRIL
< 향, 기억의 예술: 사라져도 기억되는 것들에 대하여 >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감각보다 강렬하게 느껴지고, 사람마다 저마다의 감상을 가지는 향. 그래서 향을 만드는 일은 상상하는 일이고 이야기를 짓는 일입니다. 내가 그린 동그라미가 너에게는 네모일 수도 있기에 무척이나 불안한 예술이지요. 그래서 나의 마음을 정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향을 만들 때는 ‘행복할 때만 향을 만든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숨을 가다듬어 마음을 정화합니다. 나에게 행복은 평온과 동의어입니다.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은 향의 기억을 새기기 위해 마음을 하얀 도화지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숨 너머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향이기를, 사라져도 기억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담습니다
2015년 초여름, 통증으로 깨어난 새벽녘 병실에서 들려온 향기의 다정한 위로는 나의 마음에 바램을 하나 심었습니다.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준 향을, 늘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자리하는 향을 생김새나 모양을 가진 존재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램. 그리고 그 향기로운 존재가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소망을요. 바램은 영감이 되어 때로는 향 그 자체이기도, 향이 남긴 자국이기도, 향을 담기 위해 빚어낸 모양이기도, 식물 그대로이기도 한 작품에 담깁니다.
< 향, 기억의 예술: 사라져도 기억되는 것들에 대하여 >전에서는 ’소양고택 향: 여운’과 ‘잠시향’ 두 가지 향을 각각의 공간에 연출하고, 나무의 기억을 간직한채 새로운 모양으로 거듭난 ‘달항아리’ 외에도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한지에 소양고택 정원에서 자란 풀과 꽃을 향료와 섞어 드로잉한 ‘여운 1’, ‘여운 2’, 한지에 유칼립투스 잎을 동양화 물감으로 찍어내고 편백나무 가지를 다듬어 걸개로 만들어 건 ‘식물의 기억 1’, ‘식물의 기억 2’, 파쇄될 뻔한 종이(나태주 · 한서형 향기시집 『잠시향』의 싸개)를 실로 이어 향 드로잉으로 마무리한 ‘초록 문양 1’, ‘초록 문양 2’ 등 사라질 것들의 순간을 기록하거나 되살린 작업들입니다. 작품 곁에는 향료가 담긴 병을 실에 매달아 종이꽃과 함께 연출했습니다. 종이에서 실에서 향기가 나는 작품입니다.